공공기관 개혁 실태
공공기관의 조직문화가 확 바뀌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작업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공기업 내부에서 철밥통에 안주하던 기존 관행이 깨지면서 파격적인 드래프트제가 도입되고 능력에 따른 연봉제가 확산되는 등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앞세운 노사관계 선진화 작업에 대해 노동계가 노동 기본권 침해라고 맞서는 등 공공 개혁을 둘러싼 파열음도 들린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 나와 공공기관의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행사에는 74개 공공기관장이 참석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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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대신 실력을 기준으로 인력배치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급 부서장 직위 중 3분의1을 2급 팀장으로 기용하고 팀장급 직위의 3분의1도 하급직급자 가운데 발탁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달 상임이사 및 집행이사 18명 가운데 9명이 보직에서 물러났다. 빈자리는 40대의 젊은 직원들이 채웠다.
프로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래프트제’를 도입, 내부 경쟁을 유도한 기관들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상급자가 자신과 함께 일할 하급자(팀장급 이상)를 선택하는 드래프트제를 도입했다. 선택받지 못한 간부는 팀원으로 발령냈다. 또 직원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팀워크를 저해하는 직원을 찾아내는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연공급제를 바탕으로 하던 공공기관의 임금체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성과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연봉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 이는 정부가 올해 연봉제 표준모델안을 286개 전체 공공기관에 배포할 계획을 세우고 기관장 평가에서 연봉제 도입 여부의 비중을 키우는 등 제도 도입을 독려해온 결과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노사 간 임금협약에서 연봉제 전면 실시에 합의했다. 1999년 1급 간부를 대상으로 연봉제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전 직원으로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연봉제 도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반대가 68%에 달했을 정도로 사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와 전 부서장이 참여하는 연봉제 대토론회, 연봉제 추진 전담반의 순회 설명회 등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직원 대표로 구성된 대의원대회에서 77%의 찬성으로 제도 도입이 결정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간부직에 대해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올해 초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자산공사 등도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노사관계 무관용원칙으로 파열음도
합리적 노사 관행 정착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사장이 수시로 노조 사무실을 찾아 경영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 설명회, 노사워크숍 등을 개최해 공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노사 간 충돌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앞세워 파업 등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기관이 늘면서 노사 간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교수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노조의 행동에 무관용원칙으로 대할 수 있으나 지나칠 경우 노동연구원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노사 대치가 심해져 정책추진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03-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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