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협동조합으로 경쟁력 높인다

‘FTA 시대’ 협동조합으로 경쟁력 높인다

입력 2011-05-26 00:00
수정 2011-05-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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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통해 대형유통센터 등 구축..비용 아끼고 부가가치 높여

자유무역협정(FTA)의 시대를 맞아 우리 농가들이 굳건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협동조합이 작물의 거점 산지에 대형 유통센터를 지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품목별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농협법 개정을 통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함에 따라 농민들이 바라는 이러한 ‘판매사업 중심의 협동조합’으로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감귤, 광어(넙치), 마늘, 흑돼지의 고장 제주에서는 ‘FTA 시대’를 앞두고 협동조합들이 농축산물 유통·판매 등 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양한 협동조합 통해 농가 경쟁력 높인다

지난 24~25일 기자가 찾은 서귀포의 감귤거점 APC(산지유통센터) 사업장은 고품질 제주 감귤의 출하와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도 노리고 있었다.

연면적 8천755㎡에 지상 3층의 저온저장고와 비파괴선별장, 지상 1층의 집하장 두 동으로 지난 2009년 5월 준공된 이 APC에서는 제주 서귀포에서 생산된 감귤을 비파괴당도측정기로 당도별로 자동분류해 ‘천상천하’, ‘탐라제왕’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하하고 있다.

1일 100톤, 연간 2만톤의 감귤을 비파괴선별 처리하고 있으며 비파괴당도측정기 외에도 자동적재시스템과 자동박스공급시스템, 라벨부착시스템 등을 갖춰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이 APC의 특징이다.

지역 농가들은 농협의 서귀포 감귤거점 APC를 통해 감귤의 산지 유통체계를 조직화·대규모화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강대성 감귤정책과장은 “기존의 작은 선과장들은 대형마트 같은 곳에 납품하기가 어려웠지만, 감귤 거점 APC 등을 통해 공동 출하와 공동 정산을 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체인에도 직접 납품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농가소득도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서귀포 감귤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200톤을 수출하는 등 해외 판로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감귤 궤양병 발생으로 중단됐던 미국 수출길이 최근 열리기 시작하면서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제주 감귤의 해외 수출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감귤거점 APC는 최근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이 경제사업을 대폭 활성화하기로 한 운영 기조에도 가장 잘 들어맞는 사업형태로 꼽힌다.

협동조합이 기본적으로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이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양호 농업정책국장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본질은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에 있으며 농민이 바라는 판매사업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재편하는 것”이라며 “개정 농협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협동조합이 좀 더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는 이처럼 감귤 외에도 ‘제주 광어’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제주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과, 다른 지역의 도축해체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농가에 이익을 환원하고 있는 제주축산업협동조합, ‘탐나향기 하늘향’이라는 상표의 깐마늘을 가공·유통하는 함덕농협 유통사업소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FTA’ 시대를 앞두고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농협 개혁노력 결실..”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

제주의 다양한 협동조합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든 협동조합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농가에는 그만큼 이득이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단위 공동 브랜드인 ‘K-멜론’이다. 전국 1천287명 농업인과 23개 농협, 12개 시군연합사업단이 참여한 ‘K-멜론’ 브랜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생산기법 통일, 파종·출하시기 조정, 공동선별·계산·브랜드를 통해 중앙회로 출하창구를 단일화해 도매가격이 일반상품보다 28% 높다. 농가 소득은 늘고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하고 맛 좋은 멜론을 연중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동조합이 본연의 역할을 찾도록 개혁을 추진해 결실을 이뤘다.

농협중앙회는 1980년대 이후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고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비대해진 농협의 신용사업은 전문성과 효율성 부족으로 경쟁력이 시중은행보다 계속 떨어지고 수익이 급감, 농협 중앙회의 신용·경제분리(신경분리)는 농협의 최대 숙원 과제가 됐다.

결국, 정부는 1994년 농어업농어촌 발전대책에서 농협개혁 과제로 신경분리를 채택했으며 갑론을박 끝에 17년 만에 숙제를 해결했다. 지난 3월 공포된 개정 농협법은 오는 2012년 3월 2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과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축산물 유통 판매사업이 대형유통업체, 식품회사 등 대량 수요처와 거래하고 수입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사업적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분산된 농협의 농축산물 출하 채널을 중앙회로 일원화해 시장 교섭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농가 수취가격을 높일 계획이며, 농협의 신용사업은 농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중 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조직형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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