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 남기고… 민영진 KT&G 사장 돌연 사의

임기 6개월 남기고… 민영진 KT&G 사장 돌연 사의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5-07-30 00:16
수정 2015-07-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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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후임 인선 착수해 달라”

민영진 KT&G 사장이 29일 사의를 밝혔다. 임기를 불과 6개월가량 남기고 물러나는 것이어서 압력설부터 횡령설까지 온갖 뒷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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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KT&G의 서울 사옥.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KT&G의 서울 사옥.
민 사장은 이날 열린 KT&G 이사회에 참석해 대표이사직 사의를 밝힌 뒤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KT&G 관계자는 “민 사장이 취임 이래 기업 체질 개선과 성공적인 국내시장 방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해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황상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기업 출신인 KT&G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민 사장도 그동안 의욕적으로 업무를 해 왔기 때문이다. KT&G 내부에서도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같은 공기업 출신인 포스코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정 한파’에 시달리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지막 남은 ‘MB 인사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 사장이 스스로 불명예 퇴진을 선택할 만큼 누군가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 사장은 2010년 2월 MB 정권 시절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2013년 2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당시에도 온갖 투서가 난무했다. 경찰과 검찰은 KT&G ‘부동산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민 사장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권이 바뀌면서 KT&G 사장을 노리는 인사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민 사장의 개인 비리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뭔가 민 사장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렇다 보니 민 사장도 임기까지 버티기가 어려워 급하게 사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KT&G에 대한 수사가 재계 전체로 확산돼 경제 살리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 “지금은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 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민 사장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차기 사장이 누가 될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KT&G는 1997년 이후 18년간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뽑힌 적이 없어 이번에도 내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민 사장이 외부 압력에 의해 물러났다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KT&G는 이른 시간 내에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사장을 뽑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에는 차기 사장 1인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T&G는 지난해 매출액 4조 1129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 1719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0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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