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여자라서 자랑스럽다/구혜영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여자라서 자랑스럽다/구혜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11-01-08 00:00
수정 201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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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꼭 챙기는 송년회가 있다. ‘십자매’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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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정치부 기자
구혜영 정치부 기자
십자매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울 때 모두 한 둥지에 들어가 자거나 떼를 지어 함께 다니는 식이다. 모임명의 근원이다.

언론인, 소설가, 여성학자, 영화평론가, 한의사, 변호사,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뭉쳤다.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탓에 실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다들 이름만 들어도 각 분야에서 존경 받는 인물들이다. 탁월한 전문성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이들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공익적’ 세력이기 때문이다. 호주제 철폐, 여성·인권 운동 등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한결같이 헌신해 왔다.

지난 연말에도 어김없이 모임의 대장 격인 한 선배의 집에 모였다. 제주 올레의 마스코트인 조랑말 ‘간세’ 인형을 만들며 한해를 돌아봤다. 간세는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도 말 ‘간세다리’에서 유래했다. 자투리 천, 헌옷 등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기도 하다.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면서 밤 늦도록 1년을 돌아봤다. 나라 걱정, 건강 걱정, 살림 걱정, 온갖 걱정들이 황토물처럼 쏟아졌다.

2년 전 연말에는 지천명에 다다른 선배들이 열심히 배운 벨리댄스를 선보여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간통법과 제사 등 여성들을 옥죄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며 즉석 서명운동을 벌였다.

물론 만남은 송년회에 그치지 않는다. 1년 사시사철 각자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십자매’처럼 달려가 서로 도와주며 힘을 보탠다. 모임을 이끄는 대선배들은 고 리영희 선생 생전, 병마와 힘겹게 싸우던 리 선생 앞에서 학예발표회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단한’ 선배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이면 늘 가슴이 벅차곤 했다. 다들 유명인이라서가 아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고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다. 같이 어울리며 키워주고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여성들. 걱정도 함께하면 힘이 된다고, 그 힘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배들의 다짐에 올해도 건강하시라는 나의 기도를 보탠다.

koohy@seoul.co.kr
2011-01-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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