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북한의 파격적 ‘사과’가 갖는 의미/연세대 독문과 4학년 이동수

[독자의 소리] 북한의 파격적 ‘사과’가 갖는 의미/연세대 독문과 4학년 이동수

입력 2014-05-27 00:00
수정 201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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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다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멈췄다. ‘평양 아파트 붕괴’를 다룬 기사에 딸린 사진이었다. 북한 간부가 주민들 앞에서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북한 행태로 미루어 봤을 때 선뜻 믿기 어려웠다. 기사는 공개 사과한 이유로 입주자 대부분이 엘리트 집단이라는 점을 꼽았다. 피해자들이 권력층에 속해 사과의 강도가 파격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은 이번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음에 적잖은 파장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독재정권이 삼대째 세습된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과의 숨은 이유를 찾았다. 기사에는 우리의 경찰청장 격인 인민보안국장과 시공 책임자인 장성 등 관계자들이 모두 ‘사고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행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국민 담화 전 다섯 차례나 이어진 지지부진한 사과에서 지적된 가장 큰 문제점은 ‘진정성’이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에 앞서 정부·공무원 등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거대 집단에 탓을 돌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우리는 책임감 없는 남조선 지도층과는 다르다’라는 주장을 보여주려는 전시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북한의 사과도 결국 진정성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뜻이다. ‘북한이 변했을 리 없다’는 전제로 출발한 의문은 나름대로 답을 찾아냈다. 하지만 가슴속에 남은 이 찝찝함은 무얼까.

연세대 독문과 4학년 이동수
2014-05-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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