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삼월/이영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삼월/이영광

입력 2017-03-03 18:02
수정 2017-03-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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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식 ‘Nature-Memory’(162㎝×97㎝, 캔버스에 유채.)
안광식 ‘Nature-Memory’(162㎝×97㎝, 캔버스에 유채.) 대구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대구가톨릭대학 미술교육대학원 졸업. 2002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작가상 수상.
삼월/이영광

요리사는 참돔의 숨엔 눈길도 주지 않고
살점만 베어낸다 핏기 없는 칼을 닦는다
두 눈을
끔벅거리는
죽은 몸을 담아온다

겨우내 하느님은 차마 칼을 못 쥐더니
횟집 앞 늙은 느티의 검은 살을 쓸고 있더니
한점도 다치지 않고
추운 목숨만
꺼내가셨다

때로는 몸과 목숨이 나뉘어져 있는 거라서 우리는 살아 있어도 죽은 것 같고 죽었어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봅니다. 두 개의 장면이 배치된 이 시는 간단하지만 간단치만은 않은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목숨만 남긴 것과 목숨만 가져간 것 사이에는 죽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자연과 그것을 운영하는 자비와 무자비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시인은 ‘삼월’이라고 했을까요?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고 정확히 알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우리가 맞이하는 삼월이 저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살아 있고 어느 쪽이 죽었는지 모를 사람들이 광장을 반으로 나눈 모습을 보았습니다. 삼월의 새순이 어느 쪽을 가려서 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는 것처럼 새순은 언제나 내일을 향한다는 것 정도는 말입니다. 저 시가 끝내 세계의 모순과 비극을 품고 있다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서부터 생명은 시작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신용목 시인
2017-03-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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