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방지법 우롱한 L사건, 근절책 다시 살펴라

[사설] N번방 방지법 우롱한 L사건, 근절책 다시 살펴라

입력 2022-08-31 22:28
수정 2022-09-0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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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통시킨 성착취범 엘(L)이 텔레그램에 올린 대화내용. KBS방송화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통시킨 성착취범 엘(L)이 텔레그램에 올린 대화내용.
KBS방송화면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이를 유포해 수익을 챙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거센 비판 여론 속에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N번방 사건보다 더 악랄한 디지털 성착취범이 이런 사회적 노력을 비웃듯 지금껏 활개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엘’(L)이라는 성범죄자는 미성년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N번방을 추적했던 불꽃단이라고 속인 뒤 “당신의 음란물이 퍼지고 있다. 가해자랑 대화하면 그사이 내가 가해자 컴퓨터를 해킹해 가해자를 잡도록 도와주겠다”며 텔레그램 주소로 유인해 성착취물을 찍어 보내도록 하고 피해자 몸에 ‘엘 주인님’이라는 글도 새기게 했다. 범인은 이렇게 확보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의 아이디를 바꿔 가며 최소 30개 이상의 대화방에 유통시켰다고 한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6명이다. N번방 사건 이후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게재를 제한토록 하는 내용의 ‘N번방 방지법’을 만들어 시행 중이지만 별무소용인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좀더 조밀한 대책과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현행 성착취 영상물 단속 법령을 두고 이메일 등의 사적 대화까지 들여다본다는 식의 개인 검열 논란이 있으나 이런 사실무근의 반발을 의식해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한다면 사이버 성착취 범죄를 방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법당국은 디지털 성착취 영상물 제작과 유통뿐 아니라 성착취 영상물을 소비하는 행위를 엄단할 방안을 좀더 조밀하게 마련하기 바란다. 디지털 성범죄는 국경을 뛰어넘어 일어나는 만큼 국제 형사 공조도 확대해야겠다.

2022-09-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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