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긍휼(矜恤)/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긍휼(矜恤)/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5-02-10 23:52
수정 2015-02-11 02: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중학생 때던가. 유독 어려웠던 한자가 ‘긍휼’(矜恤)이었다. 쓰기도 어렵거니와 뜻도 쉽게 와 닿질 않았다. ‘자랑할 긍, 불쌍할 휼이라니…. 이게 무슨 말?’ 그나마 ‘피를 흘리는 마음’이라 할 ‘휼’이 ‘불쌍하다’ ‘안타깝다’는 마음을 절로 갖게 하니 ‘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을 뜻한다는 표준국어대사전의 가르침을 받들밖에….

쓰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말일 터, 얼마 전 긍휼의 ‘정수’(精髓)로 손색없을 에피소드 하나를 들었다. 지인이 길가에 쓰러져 있던 비둘기 한 마리를 발견하곤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의사가 살펴보니 날개가 부러지고 장도 파열됐더라는 것. 해서 의사는 날개에 깁스를 한 채 입원을 시켰고, 이래저래 치료비가 물경 100만원 넘게 나왔고, 이걸 지인이 몽땅 부담했다는 얘기를 다른 지인을 통해 들었다.

반려견도 아니고 어쩌다 마주친 길비둘기이건만 월급쟁이 처지에 100만원이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누가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 했던가. 이성만으론 설명이 안 되는 그 너머의 존재인 것을…. 가슴 따뜻한 그가 고맙고, 아직도 긍휼을 어려워하는 마음의 가난이 부끄럽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5-02-1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