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TPP 신속타결법 제동·걸프국 정상회의 ‘반쪽회의’로 전락
재선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국내 정치와 외교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 형국이다.
지난해 ‘11·4 중간선거’ 참패에도 경제 회복세 및 쿠바와의 역사적인 국교정상화 추진 덕분에 한때 지지율 50%를 회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듯했으나, 국내·외 현안이 꼬이면서 입지가 한층 좁아지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역점 과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관련, 야당인 공화당이 아니라 ‘친정’인 민주당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미 상원이 12일(현지시간) 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해 절차투표를 했으나 찬성표를 몰아준 공화당과 달리 톰 카퍼(델라웨어) 상원의원 1명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최근 며칠 동안 TPA 부여법안의 최우선 처리를 압박해 온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내부 반발로 부결된 것이라 그만큼 충격이 더 크다.
TPP 협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민주당은 현재 환율조작 국가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법안 등 다른 무역법안과의 패키지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공화당이 이를 수용해 TPA 부여법안을 처리하더라도 자칫 이것이 TPP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난처한 처지다.
핵심 협상 대상국인 일본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환율조작 관련법이 통과되면 TPP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태도다.
외국에서도 ‘령’(令)이 서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13∼14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최하는 미국-걸프국 정상회의에는 초청 대상 걸프 6개국 정상 가운데 카타르, 쿠웨이트 2개국 정상만 참석한다.
중동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사우디 국왕을 필두로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정상은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 정상은 다른 일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를 댔으나, 오바마 행정부 주도의 이란 핵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실패로 중동 국가들과의 전통적인 맹방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뜻하지 않게 ‘성차별주의자’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야후 뉴스 인터뷰에서 TPP 협상 반대의 선봉에 선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워런 의원의 ‘성’이 아닌 ‘이름’을 거론하면서 “엘리자베스와 나는 대부분 이슈에 대해 깊게 공감하지만, 이 TPP 문제에서만큼은 그녀가 완전히 틀렸다”면서 “엘리자베스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과 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솔직해 말해 모든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 역시 자신의 색깔을 위해 TPP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셔로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워런 의원이 아니라 엘리자베스라고 부른 점을 비판하면서 “남성 상원의원이라면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무례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전미여성기구(NOW)의 테리 오닐 회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성차별주의자 식의 발언을 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 발언에는 ‘어린 여성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비판)을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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