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동참 한인 사학자 “아베, 전인류에 과오 저지르지 말라”

서명 동참 한인 사학자 “아베, 전인류에 과오 저지르지 말라”

입력 2015-05-20 09:34
수정 2015-05-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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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완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그대로 물려줘야”

“역사가의 사명은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있는 그대로를 후세에게 물려주는 겁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계 집단성명에 동참한 한인 여성 사학자인 조봉완(영문 보니 오) 미국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역사가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려 500명에 육박하는 역사학계의 석학들이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고자 전례 없는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역사가로서의 소명의식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인들이 아닌 세계의 역사학자 수백 명이 역사의 진실을 지키려고 일어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진다”며 “역사가로서 정확한 역사를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의 이사를 맡고있는 조 명예교수는 “역사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베 총리는 전 인류에게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의 명예를 다시 찾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명예를 더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 내에서는 1930년대 군국주의 시절의 분위기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명예교수는 1956년 미국으로 건너와 시카고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36년간 조지타운대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역사학과 한국학 강의를 해왔다. 조 명예교수는 미 군정하의 한국사회 및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책을 다수 저술했으며 1996년 조지타운대에서 최초로 군위안부 학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다음은 조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번에 서명에 참여하게 된 경위는.

▲지난 6일 세계적 역사학자 187명이 집단성명을 낸 것을 보고 역사가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 역사가들이 정확한 역사를 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학도인데다가 1992년 워싱턴 정대위 발족 당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23년 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성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이번 성명작업을 주도한 학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성명에 내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집단성명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사가의 사명은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있는 그대로를 후세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번 성명은 바로 역사가로서의 소명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왜곡하려는 것은 전 인류에게 과오를 저지르는 일이다. 이번 성명은 또 아베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일본 내 학자와 전문가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에게 힘을 주는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사람들도 아닌 세계의 역사학자 수백 명이 나선 것을 너무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세력은 지난해 8월부터 미국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인류에게 과오를 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는 ‘강제동원’(coercion)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을 ‘침략’(invade)한 사실을 놓고 ‘진출’(move on)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1993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고노 담화를 놓고는 정부 차원의 공식 담화가 아닌 개인 차원의 입장표명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금 일본 내에서는 1930년대 일제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베 총리가 언론을 통치하려고 하고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 핍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안 대대로 극우사상에 물든 아베 총리여서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자꾸 더 많은 양심적인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아베 총리는 지금 일본의 명예를 다시 찾겠다고 하지만, 이처럼 학자들이 경고하고 비판하면서 명예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명예를 잃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간다면 일본의 위상은 내려갈 뿐이지 절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국제사회도 여기서 노력을 그쳐서는 안 된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여성권리의 문제만 아니라 인권의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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