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분쟁 해역에 등대 가동… 美, 고공 투하 기뢰 배치 준비
남중국해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최근 높이 50m의 등대 2개를 세워 가동에 들어가자 필리핀과 베트남 등 주변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남중국해에 접하지 않은 인도네시아도 중국 비판에 가세하는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 차원의 공조 대응 기류도 감지됐다. 미국은 남중국해 해역 일부에 기뢰 배치를 준비하는 반면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에 대해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필리핀 외교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분쟁 해역에 등대를 설치했다”면서 “중국의 ‘현상 변경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베트남 외교부도 “중국의 등대 완공은 베트남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중국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등대 설치로 남중국해를 지나는 선박에 항로 안내, 안전 정보, 긴급 구조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추가 건설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에 속한 7개 유인도에 제4세대(4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군사 전문매체인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1만 668m 고도에서 바다에 뿌릴 수 있는 원거리 투하용 기뢰인 ‘퀵스트라이크 ER’의 실전 배치를 검토 중이다. 수면 바로 위를 비행하며 기뢰를 뿌릴 경우 대공망에 걸려 격추되거나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안한 방식이다.
남중국해는 미국 동맹국 간 결속을 확인하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본과 호주 역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지난주 미·호주 안보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남중국해 순찰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가와노 가쓰토시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합참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남중국해 정례순찰에 일본 해상 자위대 합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10-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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