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전에 유로화 ‘팔자’ 급증…헤지펀드들 이익 챙겼나

파리 테러 전에 유로화 ‘팔자’ 급증…헤지펀드들 이익 챙겼나

입력 2015-11-17 07:42
수정 2015-11-1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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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전에 유로화 매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른 위험회피 전략으로, 헤지펀드들이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10월28일∼11월3일 한 주간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의 유로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13만4천334계약을 기록했다. 금액은 184억달러로 전주대비 26% 증가했다. 것이다.

10월21일∼27일 한 주간 유로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4만3천368계약 늘어난 10만5천934계약을 기록했다.

당시 주간 증가폭으로는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1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들 2주간 유로화 약세 베팅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반면, 3일로 끝난 한 주간 미 달러화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3만8천625계약을 기록, 금액으로는 276억달러로 치솟았다. 이는 전주대비 30% 증가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이 유로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이체 방크는 보고서에서 유로화의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에 놀라 매도 포지션을 설정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유로화는 10월 중순 유로당 1.14달러까지 올랐다가 최근 1.0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3주 만에 7%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 달러 강세-유로 약세…ECB가 끌고, 연준이 밀고

유로 약세 베팅은 지난달 ECB의 통화정책회의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ECB가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책무 안에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CB 총재의 예상보다 강한 발언에 12월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ECB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의 국채와 유로기관채, 담보채를 매입하는 1조1천4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중기적 인플레이션 목표(2%)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로화 약세 베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의 10월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한 점도 유로 약세를 부추겼다.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27만1천명(계절 조정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조사치인 17만7천명을 크게 웃돌았다.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로 반영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전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업계와 학계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등 12월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한 달 전인 10월 초에는 64%가 12월 인상을 예상했었다.

정성윤 현대선물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로화가 10월 중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발 위기로 유로존의 디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며, ECB의 통화정책회의가 모멘텀이 되면서 유로화가 큰 폭으로 빠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로에 추가적인 압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 소로스 대박 안겨준 헤지펀드 매니저 “유로 매도해라”

저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뒤켄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스탠 드러켄밀러는 지난 4월부터 유로화에 약세 베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62세의 노장 드러켄밀러는 1992년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매도 베팅을 설계한 인물이다.

당시 억만장자 소로스는 1주일 만에 100억달러 베팅으로 10억달러를 벌어 유명세를 탔으며, 드러켄밀러는 바로 소로스 밑에서 관련 투자를 설계했다.

드러켄밀러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금이 유로화를 팔 때라고 조언했다.

그의 펀드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30%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드러켄밀러는 “외환 움직임이 좋을 때에는 2~3년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은 그러한 움직임이 끝나는 시간(time-out)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화는 지난 1년간 달러화에 대해 13%가량 하락했다.

드러켄밀러는 향후 주식시장도 비관적으로 봤다. 다만 유로화에 비해서는 덜 확신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서는 고위험, 고성장 기업에 매수 포지션을 두고, 경기주기에 따라 성장하는 기업들에는 매도 포지션을 설정한다고 조언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에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등가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의 로빈 브룩스 환율 전략가는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 호조로 유로-달러 환율이 연말에 ‘패리티(등가)’ 혹은 그 너머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외환 애널리스트 “중기적으로 시장에는 지속성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반대 포지션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큰 흐름은 내년 중반까지 달러 강세, 유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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