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개진 얼굴 드러난 본질

뭉개진 얼굴 드러난 본질

입력 2012-03-31 00:00
수정 2012-03-31 00: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유현경 ‘거짓말을 하고 있어’展

미술에서 시각성이 갖는 폭력에 대한 얘기들은 많다. 대상을 보되 원근법으로 투사한다는 것이 폭력적이라는 얘기다. 정물화나 초상화를 두고 그런 얘기가 나오고, 또 그림을 보는 기준이 우리 집 거실에 걸어둘 만한 것이냐 묻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다가서는 것이지만, 결국 그 대상을 다시 나에게 되가져오는 것, 그걸 두고 폭력적이라 말한다. 어렵게 말할 것 없이 아저씨들의 느끼한 눈길만으로도 아가씨들이 당했다 생각하고 질겁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미지 확대
J
J


4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전을 여는 유현경(28) 작가는 바로 이 되가져오는 시선의 폭력성을 슬쩍 놓아버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가가 내놓은 작품들은 초상화인데, 초상화라면 응당 기대하는 인물들의 구체적 윤곽이나 생김새가 뭉개져 있다. 인물을 그린 뒤 지워버려서다.

작가는 “인물을 그리지만 조금 더 그려내보고 싶은 마음, 손에서 나오는 직접성으로 더 그려내보고 싶다는 의도 같은 것을 반영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니 잘 그려놓고 보면 그게 과연 그 인물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지워버렸다. 대상을 그리지만 자신의 욕구를 그린 게 아니냐는 자각 때문이다. 인물을 그린 뒤 지워버림으로써 인물을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독일 북동부 옛 동독 지역인 플뤼쇼브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머물면서 만났던 미술작가들이다. (02)720-152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3-31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