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사진부장 출신…영화인 인물사진 수집 사업 본격화
지난달 신임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임명된 류재림(59) 원장은 앞으로 3년간 영상자료를 수집·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임무를 맡는다.아울러 훼손된 영화의 디지털 복원, 영화사 연구, 자료원이 운영하는 영화관·박물관·도서관을 통한 국민의 문화 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도 하게 된다.
서울신문 전 사진부장 출신인 류 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30년에 가까운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 언론과의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영상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류 원장과의 일문일답.
-- 언론사 사진부장 출신의 과거 이력이 영상자료원 운영에 어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 영화는 연속된 사진의 모음이다. 즉,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진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을 다루는 일을 했기 때문에 영상자료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자료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상자료원의 업무는 크게 보존과 활용이다. 둘 다 언론사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
▲ 영상자료원이 최근 들어 필요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부분이 문서, 사진자료, 비필름자료에 대한 수집·보존이다. 그간 보존의 사각지대에 있던 영역이다. 유럽이나 북미 선진 아카이브(archive·기록 보관)를 보면 문서자료도 영화 본편만큼이나 정밀하고 체계적인 보존 시스템을 갖췄다. 예컨대, 자료원이 영화 스틸 이미지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영화인 인물사진 보유는 취약한 편이다. 그래서 원장 부임 후 새로 시작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여러 루트를 통해 영화인 인물사진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다. 이번 주에 연합뉴스를 비롯한 3대 통신사, 10대 종합일간지, 5대 경제지 사진부장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현황을 파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 최근 영상자료원에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 영화 필름을 이원보존할 수 있는 수장고인 파주보존센터 건립이다. 지난해 첫 삽을 떴고,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센터 건립은 앞으로 20∼30년간 영화 필름과 영상자료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이라 의미가 크다. 건물이 완공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전문설비를 구축하는 동시에 상암동 본원과 파주 센터로 사무공간이 분리되면서 여러 경영시스템과 근무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작업을 끝내야 해서 이 일들로 요즘 정신이 없다.
-- 영화 제작과 상영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를 보존하는 아카이브에도 이런 환경 변화에 맞는 대응이 필요할 텐데.
▲ 영화를 비롯한 영상자료의 보존을 위해 가장 적합한 매체는 필름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 선진 아카이브들도 여전히 필름을 가장 안전한 보존매체로 보고, 필름 보존을 고수하고 있다. 건립 중인 파주보존센터에도 필름 인화·현상 설비를 구축한다. 하지만, 한국은 산업 자체가 100%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필름 인화·현상을 할 수 있는 민간 시설이 모두 폐업했다. 보존용 매체로 필름 생산이 지속되면 영상자료원도 파주보존센터의 현상 설비로 보존용 필름을 계속 생산할 것이다.
-- 아날로그 매체를 다룬 전문가로서 영상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
▲ 디지털 기술은 잘 활용하면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보존성이 취약해 앞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보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VD라는 매체가 등장해 우리가 모든 필름을 대신해 보존매체로 DVD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될까. 블루레이라는 매체가 나와 DVD 시장이 쇠퇴하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도 나오지 않게 된다면 결과는 끔찍하다. 요즘 디지털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키비스트(archivist·문서보관담당자)의 관점에서 디지털은 여전히 불안정한 매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더 발전하면 보존에 대한 안정성도 높아지고, 비용도 낮아질 것이다. 디지털 보존에 대한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유실된 한국영화 가운데 최근에 발굴한 작품이 있나.
▲ 극영화는 아니지만, 독일에서 의미 있는 기록영상을 발굴해 수집하는 과정에 있다. 1927년 한국에 거주했던 독일인 신부가 촬영한 원본이다. 영상 일부가 공개된 적은 있는데, 이번에 촬영원본 전량이 수집돼 1920년대 우리 생활상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 달에 국내 반입해 내년 초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유실된 줄만 알았던 극영화 몇 편의 소장정보를 파악해 조사하고 있다.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 영상자료원 업무는 사실 무척 중요하고, 알고 보면 재밌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미약하다. 내년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한국고전영화와 영상자료원의 공익사업을 알리는 일이다. 영화관과 박물관을 통해 참신하고 재밌는 기획전들을 많이 개최할 것이다. 또 한국고전영화에 접근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온라인 상영과 찾아가는 영화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시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회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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