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지도/정대영 지음/태학사/192쪽/1만 6000원
조선·중국 중심 1600년대 ‘천하도’‘불사국’ ‘소인국’ 문학적 요소 가미
역사·이야기 담은 옛 지도 매력 조명
전국 목장 정보 담은 실용적 지도도

태학사 제공
조선 후기인 160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국도’ 지도첩에 수록된 ‘천하도’. 중국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조선, 일본 외에도 상상 속 국가인 ‘일목국’, ‘소인국’ 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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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도’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화이(華夷)사상을 뚜렷이 반영한다. ‘제2의 중국’을 자처하던 조선 후기 지식인들은 오랑캐라고 무시하던 여진족의 청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조선이 망한 명나라를 계승한다는 ‘소중화’(小中華) 의식은 오히려 심화됐고 사회는 전보다 보수화됐다. 유럽인들이 세계를 탐험해 만든 지도가 앞에 있었음에도 유학자들은 평생 갈 일 없는 나라 대신 중국 고대 문헌 ‘산해경’에 나온 상상 속 국가로 자신들만의 세상을 창조한 것이다. 이 지도의 틀을 벗어나는 데는 200년 가까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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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종 때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수록된 ‘동람도’ 중 ‘팔도총도’. 우리나라 모양이 남북으로 압축돼 둥글넓적하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거의 직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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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측에 근거한 한반도 지도로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를 떠올리지만 정교한 지도가 나오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 선각자들은 따로 있었다. 18세기 학자 정상기는 똑같은 축적을 기준 삼아 전국을 8장의 지도로 그려낸 ‘동국지도’를 제작했고, 19세기 최한기는 중국 자료를 활용해 지구본을 본뜬 세계지도 ‘지구전후도’(1834)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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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전국 138개 목장 소재지에 목장 면적, 소, 말 통계 등을 기록한 ‘목장지도’(1663)의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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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도는 정확한 만큼 주관이 개입될 여지는 사라졌다. ‘사람’ 이야기와 역사 속 사연이 묻어난 옛 지도의 매력에 흠뻑 젖다 보면 오늘날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을 뒤로 두고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2021-12-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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