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혼 가정 및 동성애 문제 둘러싸고 대립보수 ‘판정승’ 평가…교황 “편협한 시각 탈피해야”
가톨릭 교회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이혼과 재혼, 동성애 등 민감한 의제를 둘러싸고 교계의 보수와 진보 세력 사이의 깊은 골을 드러낸 채 24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최종 보고서 내용이 진보보다는 보수 쪽 의견에 다소 기울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 포용적인 교회를 향해 의견 일치를 지루지 못한 것을 두고 “닫힌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노드였다”고 질타했다.
이날 투표를 통과한 최종 보고서 내용은 이혼·재혼 신도 문제에서는 진보파 사제들, 동성에 문제에서는 보수파 사제들의 의견이 각기 더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전반적으로는 보수 쪽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최종 보고서는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근거가 전혀 없으며 이성 간의 결혼과는 어떤 식으로든 비교할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개인의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모든 신자가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며 동성애자의 가족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으나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재확인한 것이다.
가톨릭 교리에서 금지된 이혼 및 ‘간통’으로 간주되는 재혼 문제에서는 진보 사제들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이다.
보고서는 이혼·재혼 신자들이 사제들의 판단에 따라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이 파문당했다고 느끼지 않고 교회 안에서 살아있는 신자로 생활하고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제들은 신도들의 분별력과 겸손함, 교회에 대한 사랑 등을 바탕으로 영성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첫번째 결혼의 실패를 뉘우치는 일종의 ‘참회 의식’을 거친 이혼·재혼 신자들에게 영성체에 허용하자 진보파의 주장은 보수파 사제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일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 등이 제시한 이 방안을 옹호해왔다.
이러한 시노드 결과를 두고 로이터는 “보수 세력이 동성애 문제에서, 진보 세력은 재혼 문제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주교들이 이혼·재혼 신자들의 영성체를 허용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결코 진보의 승리라고 할 수는 없는 결과”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보수 세력과 힘겨운 전투를 치렀으나 패배했다”고 표현했다.
가디언은 또 주교들이 민감한 주제를 둘러싸고 보수·개혁 등 성향별로는 물론 지역별로도 대립하면서 공개적으로 비난전을 이어가는 등 깊은 균열상을 드러냈으며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러한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교황은 24일 연설에서 이번 시노드를 통해 “교회의 가르침과 선한 의도 뒤에 숨어 우월하고 피상적인 태도로 어려운 문제와 상처받은 가족들을 판단하려는 닫힌 마음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시노드는 보다 넒은 지평을 열고 음모론과 편협한 시야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정을 위협하는 모든 어려움과 불확실함에 대해 믿음의 빛으로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두려움 없이 맞서야 한다. 머리를 모래 속에 묻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직시할 것을 강조했다.
시노드 보고서 내용을 교황권고(Apostolic Exhortation) 등을 통해 교회 운영에 반영하느냐는 교황의 재량에 달렸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유롭고 솔직한 토론을 통해 보다 포용적인 교회를 지향하는 자신의 의견에 다수 주교가 따라주기를 바랐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가디언은 또한 이번 ‘분열된 시노드’가 보수 세력을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패로 해석되지만, 교회 민감한 의제를 고찰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교황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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