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는 건 희망이 아니지”

“가만있는 건 희망이 아니지”

입력 2011-07-03 00:00
수정 2011-07-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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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성금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84)세의 수요일은 분주하다. 아침을 먹고 외출준비를 마친 오전 11시 무렵, 현재 지내고 있는 서대문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쉼터를 나선다. 정오 전에 일본대사관 앞에 도착해야 한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다. 벌써 8년째 정대협 정기 수요집회에 참여하며 앞자리를 지키고 있다. “징해요, 내 명도 징하고, 일본도 징하고. 근데 가만있는다고 달라지질 않잖아요.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고, 희망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때 해야지요.” 그가 말하는 삶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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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가 전하는 응원가
길원옥 할머니가 전하는 응원가
열세 살, 할머니는 만주 하얼빈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그저 지옥이라고밖에 설명할 길 없는 그 시절은 성병으로 일 년 만에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속아서 중국으로 갔고, 해방까지 위안부로 살아야 했다. 목숨 붙어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예감했다. 태어나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정을 이뤄 제 몸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는 것, ‘이 최고의 세상’을 누릴 수 없음을. “세상에 태어나면 가정을 이뤄야 해요. 그걸 모르고 살려니까 무슨 재미가 있나, 행복이 있나.”

할머니는 줄곧 가난했고 종종 아팠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넘어갔어요, 세월이.” 그 인고의 세월을 깨고 2003년, 그는 처음 수요집회에 나왔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고 나는 피해자라고, 처음으로 목청껏 외쳤다. “그때까지도 사는 거나 죽는 거나 의미가 없었어요. 그래도 여기에 나오면서부터 내가 진짜를 살 게 된 거예요.”

그렇다고 그때와 많이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불리한 건 할머니 쪽이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73명, 올해 들어서만 벌써 6명이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태도도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4월 28일까지 967번의 수요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은 침묵으로 버텼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 생각하고 있겠지요, 일본은. 처음에는 그게 나도 걱정이 되었지요. 눈 감기 전에 진실한 말 들어보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박물관을 짓잖아요. (수요집회에) 우리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희망이 옮겨 가잖아요. 그러니까 살지, 안 그랬으면 진작 죽었을 거예요.”

2009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서대문 독립공원 내 작은 부지에 터를 잡았다. 다시는 이 땅에 할머니들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인이 되신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는 모두의 희망을 담아 정대협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성금 모금만으로 진행되는 공사라 더디지만, 길원옥 할머니는 그 기다림조차 즐겁다.

얼마 전 할머니는 일본 도호쿠 대지진 피해자를 위한 성금을 냈다. 정대협이 주도한 모금이 아니었다. 그가 직접 “다른 데서 지진 피해자 돕기 모금을 한다는데 우리는 안 하냐”고 제안해 다른 활동가까지 당황하게 했다는 게 후문이다. “당장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 너무나 참혹해, 볼 수가 없어요. 특히 거기에는 ‘송신도 할머니’라고 집회 때도 만나던 위안부 피해자가 사는데 너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미운 게 일본이지, 거기 사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이 다쳤잖아요.” 할머니는 다시 맨 앞자리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쉼터로 가셨다. 다음 주에 또 나올 거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다시 안 필 것 같던 벚꽃이 저 앞에 폈더라고. 나도 또 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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