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여야합의 일정대로 가야”, 유승민 “내일 표결처리해야”
‘언론외압’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이틀째인 11일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새누리당은 청문 직전까지만 해도 현역 국회의원이자 직전 원내대표로서 원만한 대야 관계를 이끈 이 후보자의 경력상 무난한 인준을 낙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문회가 시작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김영란법’까지 거론한 녹음파일을 장외에서 전격 공개하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까지 급격히 악화, 청문보고서 채택을 포함한 표결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고, 또 다른 고위 당직자도 “현재까지 야당 분위기로는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도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기류가 인준반대로 굳어진 것에 대해선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지만, 다음날로 예정된 인준 표결은 의사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강행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해 세월호 국면의 와중에 안대희·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며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새누리당으로선 이 후보자마저 중도사퇴할 경우 정권 차원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 민심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설연휴 이전 유일하게 본회의 개최 의사일정이 합의된 12일 표결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독처리를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심보육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대로 가야 한다”며 12일 본회의 표결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직후에는 “청문회는 국민을 상대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의사만으로 된다, 안된다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야당 입장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내일 오후 2시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하는 게 현재 입장”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의 본회의 연기 제안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제안받은 바 없다”며 “제안이 오면 이야기야 해보겠지만 현재 입장으론 내일 오후 2시에 그냥 (표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원내 지도부 비상대책회의를 연이어 열어 청문 전략을 숙의했다. 본회의가 예정된 12일에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최대한 야당에 대한 설득을 통해 표결을 진행하되 단독 표결 강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의원들의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리는 등 표단속도 병행중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총리 인준이 늦어져 국정공백이 계속 돼서는 안 된다. 개각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총 4명의 총리 후보가 아웃되는 셈이어서 앞으로 누가 총리를 하고자 하겠느냐. 내일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도 “특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합의처리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야당이 보이콧을 계속한다면 그냥 밀고 나가야 할 것 같다”며 “강행 처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12일에는 무조건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