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조항 언급 “정당보다 국가·국민 우선해야””삼권분립 지켜야” “국민연금 개혁 시간에 쫓겨선 안돼”
여야가 고질적인 정쟁에 휩싸여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 처리에 실패한 데 대해 국가원로들은 한목소리로 ‘고언’을 쏟아냈다.김수한·이만섭·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국정자문회의 의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의 합의 불발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주요 민생 법안들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국회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원로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와 별도로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은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여야 합의 도출을 위한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김수한 “제도적 개혁 절실” =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인가 뭔가 해서 의장 직권 등이 너무 제한됐다”고 지적한 뒤 “(여야 합의정신 회복은) 도덕성에 기대할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구체적 해법으로 “토론의 기간을 충분히 주되 일정한 시한을 정해 다수결 원칙에 따라서 처리해야 한다”며 “무한정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면 못 한다. 국회가 왜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의장이 갖는 직권이라는 비상구도 있다”며 “여러가지 힘을 총동원해서 국회가 본질적으로 의사를 처리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면서 국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만섭 “국회 행태 답답…정당보다 국민이 먼저” =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때문에 모든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협상하면서도 여야간 이견이 없는 민생 관련 경제법안은 미리미리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또 “여당은 청와대·정부와 사전에 조율해야 하고, 또 여야가 합의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정치 도의”라면서 “협상은 협상대로 하고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은 처리했어야 한다.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제46조 2항을 언급하며 “여(與)든 야(野)든 자기가 속한 정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임채정 “한국정치 실종…여당은 정부 이중대” =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본회의 처리 무산과 관련해 “한국 정치가 실종된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임 전 의장은 “입법부의 사안은 입법부에 넘겨야 삼권분립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를 해서 만든 안을 대통령의 의지라는 이유로 무효화한다면 국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자기 당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며 “(이 사태는) 여당을 청와대의 이중대로, 정부의 이중대로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 김진표 “연금개혁, 분초 다퉈 몰고 가면 안돼” =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국정자문회의 의장은 “국민연금을 개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약속했고, 그렇다면 지켜야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결렬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찾으면 된다”며 여야의 추가 논의를 제안했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고 폭넓게 논의해야 할 과제다. 이것을 분초를 다퉈 몰고 가려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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