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탐지에 근본적 한계…과도한 우려도 금물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을 계기로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군 당국은 한미 연합 정찰 자산으로 북한의 SLBM 발사 전에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며 우려를 진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LBM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LBM의 가장 큰 위협은 해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사전에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이 지상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의 경우 인공위성을 비롯한 정찰 자산에 의해 실시간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때문에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처럼 북한이 지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움직임을 포착해 미사일이나 발사 시설을 타격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잠수함이 발사하는 SLBM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잠수함은 해상초계기나 초계함 등의 소나(음파탐지기)로 탐지할 수 있지만 탐지 가능한 범위에 제한이 따른다.
소나의 탐지 가능 범위는 수심 수십m에 그쳐 그 아래로 침투하는 잠수함은 놓칠 수 있다. 초계함의 탐지 반경도 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이 후방 해역으로 들어와 SLBM을 발사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의 SLBM이 킬체인과 KAMD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 정보·정찰·감시(ISR) 자산으로 북한의 SLBM 발사 움직임을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미국의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도 SLBM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사드의 고성능 X-밴드 레이더 시스템이 바다 쪽을 향할 경우 SLBM을 요격할 수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SLBM을 요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의 SLBM은 1차적으로는 한국에 위협적이지만 북한의 잠수함 능력을 고려하면 미국 본토는 아니더라도 하와이나 괌의 미국 시설을 파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국도 북한의 SLBM을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북한의 SLBM 사출 시험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간주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상에서 SLBM을 잠수함에 탑재하는 움직임을 포착해 잠수함의 동선을 추적하거나 탑재 직전에 파괴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SLBM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비이성적인 판단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불안감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는 데 앞으로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기존 5개 SLBM 보유국의 전례를 토대로 한 계산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묶인 북한이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고 이번과 같은 모의탄도탄(더미)이 아닌 실제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다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탄두 경량화 기술 개발을 포함해 북한이 위협적인 SLBM을 실제로 전력화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의 SLBM 개발 추이를 면밀히 평가하며 이에 뒤지지 않도록 대응 능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주기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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