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피어오른 유승민, 측근들에 “총선 살아남으라”

‘대망론’ 피어오른 유승민, 측근들에 “총선 살아남으라”

입력 2015-07-09 13:36
수정 2015-07-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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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고 정치·경제 비전 공유”…일각선 수도권 출마 관측원칙·명분 깃발 부각시켰지만 세부족 절감…지지기반 확대 시도할듯朴대통령·보수층 거부감 극복이 과제…”반짝인기” 혹평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8일 밤 원내대표직을 던진 후 측근들과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남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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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자신이 이끌었던 원내대표단 해단식을 겸한 자리에서였다.

’유승민 거취 정국’에서 자신을 도왔던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 원내부대표들, 일부 초재선 의원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던진 이 말은 냉엄한 현실정치 공간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풀이다.

여권내 ‘파워 게임’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2주일간의 파동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퇴회견문에 담았던 ‘법과 원칙, 정의’라는 명분의 깃발은 움켜쥐었지만 이를 실현할 힘이 모자라 꺾였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 구상도 이를 실현할 ‘힘’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원내대표직 수행 과정에서 절감했다”고 전했다.

아직은 미약한 당내 정치적 기반을 지적한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전날 만찬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거나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는 등의 가벼운 얘기를 주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다들 잘 돼서 남기를 바란다”는 말은 덕담으로만 들리지 않고, 최근 파동을 거치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뒤 복잡한 심경과 미래 행보의 일단이 담겨 있는 말로 해석된다.

유 전 원내대표는 비록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에서 타의로 물러나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적 주가가 치솟고 지지도가 올라가며 개혁적 보수세력의 아이콘,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했다.

정가에서는 ‘유승민 대망론’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고,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후보군 지지도에서 2위로 김무성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결과까지 나온 터이다.

이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는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분간 외부 접촉을 삼가면서 상임위원회(국방위) 활동 정도만 차분히 하는 등 사실상 ‘잠행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했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앞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전 원내대표의 ‘여름방학’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외 행보를 재개하리라는 것이다.

일단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전날 사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힌 자신의 정치·경제적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측근 의원은 연합뉴스에 “우리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문제의 근원으로 본다. 증세·복지나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유 전 원내대표의 철학도 이에 바탕을 둔다”며 “원외 인사는 물론 언론과 전문가 등으로 접촉면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구·경북(TK)의 3선 의원인 유 전 원내대표가 이제 수도권으로 무대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했다.

실제로 “이제 ‘TK 꼬리표’를 떼야 한다. 고등학교 3년 다녔으면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가 유 전 원내대표 주변에서 나왔다.

”총선에서 살아남자”는 그의 ‘덕담’에도 이런 의미가 함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운영을 주도할 경우 자신을 비롯한 이른바 ‘유승민 사단’ 소속 의원들의 공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 같은 유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두고두고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진의가 어떻든 간에 외견상 박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선 ‘반박(반박근혜)’의 색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침묵하는 보수층’의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그가 추구하는 ‘혁신적 보수’ 노선을 걷는 데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당내 재선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권력 다툼의 희생양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여론조사 지지도는 언제든지 거품이 꺼질 수 있는 ‘신기루’”라며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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