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북’ 전문가 진단…”관계개선 첫 단추”

‘반기문 방북’ 전문가 진단…”관계개선 첫 단추”

입력 2015-11-16 11:04
수정 2015-11-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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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김정은 만날 가능성 크다”, 장용석 “北, 관련국에 메시지”김용현 “北, 대외관계 성과내려는 의도”, 홍현익 “홍보전략 일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이번 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로 알려진 데 대해 국내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외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분석하면서도 극적인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간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인 이후 대외관계를 풀어나갈 ‘첫 단추’로 반기문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대화 부재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려는 ‘홍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반 총장 방북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이 분석한 의미와 전망.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내년 5월에 개최될 제7차 노동당대회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야 되는데 징검다리 역할로서 반기문 카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남북 간에도 당국 회담을 일단 미루고 민간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지 않나. 반기문 총장으로서도 한반도 문제에 성과를 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의 평소 성격이나 현재 위상 등으로 미뤄볼 때 김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반 총장 측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방북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김정은 면담은 어떤 식으로든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반 총장은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 부주석,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몽골 대통령 말고는 (방북했던) 최고 높은 정상급 인물이다. (이런 점에서 보아) 남북정상회담 등이 열렸을 때 배려했던 백화원초대소에 머물 가능성이 큰 편이다.

또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공항 영접 내지 공식 면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차원에서 식량 또는 보건의료 지원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관련시설을 둘러볼 수 있지 않겠나.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부분을 반 총장과 협의하고 관련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메신저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지 않을까 본다. 유엔도 한반도 평화의 주요 당사자인 만큼 평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활용하는 측면이 클 것이다.

극적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는 여건이나 상황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매우 급하게 결단을 내리고자 반 총장을 불러들여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일 이후에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하고, 전반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외관계를 관리하려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핵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겠지만 대외관계 자체를 전향적으로 개선해 보자는 시도라고 본다.

류윈산 상무위원 방북으로 중국과 돌파구를 만들 계기가 만들어졌고 이를 넓혀갈 첫 단추로 반기문 카드를 뽑아든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남북관계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신중하게 봐야 할 것으로 본다. 반 총장이 다녀오면서 메시지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당국회담을 통해 얻을 만한 명분이나 실리를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보내는) 신호가 바뀌었음을 읽을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폐쇄적이지 않다. 김 위원장이 실제 대외관계, 핵 문제 등에서 외부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한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이다’는 메시지와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지난 5월 방북 승인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단 내년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성과를 못 내는 대외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반도 환경에서 군사긴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핵 문제 관련해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외부를 상대로 고강도 무력시위 등을 하지도 않고 있다. 지난달 당 창건일 이후로 북한이 그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풀어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이 외국에 나가기에는 아직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가장 상징성이 큰 반 총장을 만남으로써 핵 문제 관련 의지에 대한 의문이나 방중이 성사되지 않은 것 등을 상쇄시키는 의미를 가지려 할 것이다.

당국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반 총장의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촉구 성격이 강하다. 반 총장이 이번 방북에서 남북관계 흐름의 기반을 다지는 측면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촉구할 가능성도 크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큰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기보다는 결국 북한이 대외 홍보 전략으로 반 총장을 오라고 한 것 같다.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섣불리 기대하기 어렵다.

북중 관계가 좋아져서 (대외관계에) 좀 여유가 생겼지만, 미국이 전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을 안하는 상황이다. ‘남북대화나 북핵문제 해결에도 북한이 용의를 보이는데 한미 때문에 안되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해 오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대북정책이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원인이지, 자신들이 원인이 아니다’라고 홍보하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가 논의되는 이 시기에 반 총장을 부른 것으로 본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경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북중 관계도 정상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궁색해 반 총장을 불렀다기보다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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