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기업식 구조조정 ‘몸살’

대학가 기업식 구조조정 ‘몸살’

입력 2010-05-25 00:00
수정 2010-05-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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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기업식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렸다. 지난 4월 단과대학 및 학과 통폐합안을 마무리한 중앙대를 필두로 성균관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이 잇따라 학생·기업 수요에 따른 학과영역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학과영역 통폐합에 따른 논란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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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학문의 융복합을 위한 학사구조 개편과 성과주의 보상체계 등이 담긴 ‘비전 2020’ 초안을 완성해 학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초안에는 문과대와 사회과학부, 경제학부, 자연과학부 등을 문리과대학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입학생들은 1~2년을 학부과정에서 기초교양과정 수업을 듣고 이후 세부 전공을 선택하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이번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는 6월 초 학생을 대상으로 첫 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비전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한 학내 논란은 거세다. 문과대 교수들은 최근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비전 2020안이 대학의 본질을 심각히 훼손하고 학문의 전문화와 심화를 통해 구축되는 학문융합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킨 중앙대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밖에 건국대도 최근 충주캠퍼스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독어학과와 불어학과는 통폐합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동국대는 이미 2008년부터 학과 평가 결과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여 우수학과에 나눠 주는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숙명여대도 최근 학과제 개편안을 마련, 매년 10%의 정원을 우수학과에 재배정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성과주의’ 확산에 맞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모집인원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들은 인문학 전공을 통폐합하는 대신 융합공학 등의 새로운 경쟁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윤경현(컴퓨터공학과) 중앙대 기획처장은 “학과 통폐합은 학과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문이란 여러모로 존재 이유가 있는데 단순히 실용성과 유용성에 기초해 강압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학문에 기업식 논리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용 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5-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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