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의 ‘하극상’

경찰서장의 ‘하극상’

입력 2010-06-29 00:00
수정 2010-06-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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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署 고문사건은 실적경쟁 압박 지휘부 책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성과주의가 ‘고문경찰’을 낳았다고 조 청장을 공개비판하며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상명하복이 중시되고 있는 경찰조직에서 일선 서장이 지방청장을 공개비판하는 ‘하극상’이 일어난 것은 경찰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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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창(48) 강북경찰서장은 28일 강북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천서 고문사건이 일어난 것은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 책임이 크다.”면서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낸 근원적 책임이 있는 서울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채 서장은 “양천서 고문사건의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관에게 미루면서 조직원 잘못에 절대 관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지휘부의 무책임하고 얼굴 두꺼운 행태에 분개한다.”면서 조 청장 등 서울청 지휘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현재의 실적평가 틀 아래서 일선 현장 경찰관들은 무슨 수를 쓰든 검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검거 실적 평가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는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서장 자신도 “서울청 검거 실적 강요에 휘둘리며 강북서 직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채 서장은 “아침 회의 때마다 ‘어젯밤에는 몇 명 잡았느냐.’고 독촉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채 서장이 양천서 고문을 이유로 조 서울청장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 서장은 업무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서울청의 집중 감찰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서울청장은 “채 서장 이전 중간은 가던 강북서가 채 서장 취임 이후 4개월 연속 (실적)꼴찌를 했다.”면서 “강북서장이 양천서와 관련해서 책임문제를 얘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대 1기생인 채 서장은 2007년 전북 김제 경찰서장과 2008년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장·경무과 총경을 거쳐 2009년 3월부터 강북경찰서장을 맡아 왔다.

경찰청은 채 서장을 이날 직위해제하고 후임에 백운용 서울청 교통관리과장을 발령했다. 경찰청은 “하위평가를 받은 현직 서장이 본청 지휘계통보고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개선책을 건의할 수 있었는데도 언론 인터뷰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조직 내 지휘계통을 위반한 기강문란 행위”라고 밝혔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각 지방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평가시스템의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김효섭·이재연·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06-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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