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하숙집 주인이 고려대에 1억 쾌척

25년 하숙집 주인이 고려대에 1억 쾌척

입력 2010-11-03 00:00
수정 2010-11-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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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집을 운영해 온 주인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대학 측에 1억원을 기부했다.

 3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본관 총장실에서 하숙집 주인인 최필금(54.여)씨가 고대에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전달했다.

 23살에 상경한 최씨는 시장에서 라면을 끓여 팔거나 낚시터에 밥을 지어가 낚시꾼에게 파는 일을 하다가 30살이던 1985년 고려대 인근 건물에 세를 얻어 방 6~7칸에 학생 10명을 받아 하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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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집을 운영하던 최필금 씨가 3일 오전 고려대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사진은 최필금씨가 하숙집 학생들의 저녁을 직접 챙겨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집을 운영하던 최필금 씨가 3일 오전 고려대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사진은 최필금씨가 하숙집 학생들의 저녁을 직접 챙겨주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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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씨는 “경남 밀양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집에 형제가 많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 가려면 서로 신고 나갈 신발이 없을 정도였다.부산으로 옮겨가서는 돈을 버느라 야간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는데 교복을 입은 학생을 보면 하염없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평소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공부를 많이 못 한 게 아쉬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숙집을 운영한 지 2년 만인 1987년에 건물세를 못 내 쫓겨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보살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 20억원 정도 빚을 내 건물을 지어 자신의 하숙집을 차렸다고 했다.

 어느덧 25년이 흘러 최씨 집에서 하숙한 학생은 1천명을 훌쩍 넘어섰고 현재는 방이 50개가량 있는 건물 2곳에서 하숙생 100명을 두고 있다.15년 전부터는 고려대 근처에서 식당 운영도 시작했다.

 그는 “하숙생 중 사법시험에 붙은 학생만 200~300명 될 거다.특별한 이름을 가진 학생,사정이 어려워 안 좋은 방에서 힘들게 지냈던 학생들이 기억이 많이 난다.모두 아들 같고 딸 같다”고 했다.

 최씨는 하숙비를 못 낸 학생들의 사정을 봐 주곤 했고 직접 수십명 학생의 손빨래를 해주고 아침 저녁 식사와 점심 도시락까지 챙기곤 했다.입소문이 나서 어머니 같은 최씨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학생들이 점점 몰렸다고 한다.

 최씨는 “20년 전에 하숙했다가 변호사가 돼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이모 고생이 많았어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많이 남은 상황이지만 매달 500만원씩 꼬박꼬박 부은 곗돈을 타 이 돈을 고려대 학생들을 위해 내놓았다.

 고대는 최씨가 기부한 돈을 고려대 일반 발전기금과 운초우선교육관 기금에 사용하기로 했다.고대는 운초우선교육관 308호를 ‘유정 최필금 강의실’이라 이름 붙였고 현판을 걸었다.

 한편 최씨는 종암중학교의 한 교사로부터 굶는 학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4년부터 매년 소년소녀 가장 20명에게 400만원 가량을 후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꿈이 있다면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좀 더 서로 아끼자는 것이다.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면 하숙을 무료로 제공할 의향도 있고 장학금도 후원할 것”이라며 “힘이 닿는 한 하숙집 운영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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