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女승무원 꼬리뼈 다치고…

아시아나 女승무원 꼬리뼈 다치고…

입력 2013-07-09 00:00
수정 2013-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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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214편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난 7일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등에 업고 항공기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8일 KBS뉴스를 통해 공개된 사고현장 승무원의 모습.KBS뉴스 캡쳐/뉴스1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214편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난 7일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등에 업고 항공기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8일 KBS뉴스를 통해 공개된 사고현장 승무원의 모습.KBS뉴스 캡쳐/뉴스1
“착륙하기 직전에 이륙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충격이 예상보다 강해 뭔가 이상했습니다. 비행기 뒤쪽 천장이 무너져 내려 꼬리 부분이 사라진 것은 뒤늦게 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승무원 이윤혜씨 연합뉴스
승무원 이윤혜씨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OZ214) 착륙 사고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헌신적으로 승객을 구출하고 동료들을 대피시킨 최선임 승무원 이윤혜(40·여) 캐빈매니저의 활약상이 현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사고 직후 충격으로 꼬리뼈를 다쳤지만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구조에 몰두한 이씨는 7일 오후 취재진을 만나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입사 19년차 베테랑 승무원인 이씨는 비행기가 멈춘 뒤 바로 기장의 생사부터 확인했다. 이씨가 조종실 문을 두드리니 기장이 괜찮다고 했고, 기장의 비상탈출 신호에 따라 탈출을 진행했다. 하지만 첫 번째 난관은 그 직후 발생했다. 비상 탈출 시 승객들을 내려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오른쪽 슬라이드가 충격으로 제대로 펴지지 않았고 동료 승무원이 문에 끼게 된 것. 이씨는 “승객들의 탈출에 집중하느라 처음에는 후배를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기내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자칫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부기장이 소화기로 일부 진화하고 식사용 나이프로 슬라이드를 터뜨려 이씨는 동료를 구할 수 있었다.

구조에 비협조적인 일부 승객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이씨는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진 뒤 일반적으로 90초 내에 대피하도록 돼 있다”면서 “승객들에게 짐을 버리고 탈출하라고 말해 대부분 버리고 나갔지만 여객기가 언제 폭발할지 몰라 조마조마했다”고 돌아봤다. 기내에 불이 났을 때는 빨리 꺼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는 이씨는 “한 승객이 사라진 아이 때문에 울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후배가 안고 탈출한 아이였다”면서 “무사히 탈출한 상황을 보고 함께 울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착륙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기가 조금 상승하는 느낌이 들다가 큰 충격을 받으면서 터치다운했다.

-- 위험을 어떻게 감지했는지.

▲ 착륙할 때 하드랜딩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크게 부딪치고 다시 한번 부딪친 뒤 좌우로 크게 흔들린데다 (밖으로 터져야 하는 대피용) 슬라이드가 안쪽으로 터지기까지 했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 착륙 직후의 상황은.

▲ 항공기가 정지된 후 기장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종실 문을 두드렸더니 문이 열리면서 기장이 괜찮다고 했다. 비상대피를 실시해야 되는지를 물었더니 기다리고 해서 문을 닫고 객실로 이동해 동요하는 고객들에게 자리에 착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3차례 방송했다.

-- 꼬리부분이 잘려나간 것은 언제 알았는지.

▲ 전혀 몰랐다. 조종실 바로 뒤에 있었기 때문에 뒤쪽 상황을 몰랐다. 나중에 뉴스 보고 알았다.

-- 맨 뒤쪽 손님까지 확인했다면서 꼬리가 잘려나간 것을 모를 수 있는지.

▲ 천장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벽이 생겨있어 꼬리가 잘려나간 것을 몰랐다.

-- 그후 상황을 설명해 달라.

▲ 기장의 대피명령이 내려진 후 훈련받은 대로 비상탈출을 진행했다. 착륙 상황에서 슬라이드가 안쪽으로 터지는 바람에 승무원 한명이 깔려서 조종석 밖에 있던 대기 기장이 도끼를 가져와 슬라이드를 터트려 구조한 후 손님들의 탈출을 진행했다. 차례로 기체의 문을 개방하면서 탈출을 안내했다. 기장이 다가와서 기장에게 뒤쪽 손님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것을 보고 부기장과 일부 화재를 진압한 후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이때 기장이 항공기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구조를 도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 일부 승객이 짐을 가지고 나갔는데.

▲ 탈출을 진행할 때 짐을 버리고 가라고 소리쳤고 대부분 잘 따랐다.

-- 기체가 정지된 이후 모두 대피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기억하는지.

▲ 할 수 있는 한 신속하게 탈출을 진행하려고 했다. 시간을 재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탈출이 목표였다.

-- 보잉 777기종 매뉴얼에는 슬라이드가 펴지고 얼마 만에 손님이 나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지.

▲ 일반적으로 90초로 알고 있다.

-- 외신에서 승무원이 울면서 구조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 후배 승무원이 한 여성손님이 아이를 안고 있어서 “괜찮으냐”고 물은데 대해 덕분에 괜찮다면서 눈물을 흘려 같이 울었다고 하더라.

-- 다른 승무원들은.

▲ 일부는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 탈출시킨 손님이 몇 명이나 되는지.

▲ 되도록 많이 탈출시켜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 탈출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 비상상황에 대한 훈련을 매년 받는다. 훈련받은 대로 비상탈출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과 화재를 빨리 진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험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 허리는 어떻게 다쳤는지.

▲ 착륙할 때 다친 것 같다.

-- 탈출 이후 기장, 부기장과 대화를 나눴는지.

▲ 각자 응급차를 타고 이송됐고, 저는 마지막까지 남아있어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 오늘 미국 당국 발표에서 기장의 실수를 시사한 부분이 있는데.

▲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 꼬리뼈를 다쳤으면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 나중에 병원 가서 알았다. 탈출과정에서는 전혀 몰랐다.

-- 미국 당국의 조사는 받았는지.

▲ 아직 받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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