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 부실 고박 등 문제…청해진해운 대표 소환 등 해운업계 전방위 수사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로 세월호 침몰 원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화물은 많이, 평형수는 적게 싣고 출항한 세월호는 급격히 침몰했고,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승객을 구조할 의지가 없었다는 증거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여기에 침몰에 직·간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불법 증축’, ‘부실 고박’, ‘엉터리 구명벌’ 등 문제는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소환을 포함한 관련 해운업계 전반으로 수사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고 초기 부실대응으로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해경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형식적 수사 우려마저 일고있다.
◇ 해경에 대한 수사 아직 결과물 없어
사고 초기부터 총체적인 부실대응으로 인해 공분을 산 해경에 대한 수사는 침몰 원인 수사와 함께 이번 세월호 수사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다.
해경은 사고 직후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른바 ‘골든타임’을 허비하면서 많은 사람을 구할 기회를 놓쳤다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있다.
또 민간잠수업체 언딘을 먼저 투입하기 위해 해군의 잠수를 막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 이준석씨를 유치장이 아닌 수사관 집에서 재운 사실도 드러나면서 여러가지 의혹도 사고있다.
세월호와 진도 해상관제센터 간 교신 내역을 사고 나흘 만에 공개했고,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영상은 13일 만에 내놓기도 했다.
수사본부는 이미 목포해경과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을 압수수색해 근무 일지와 교신 녹취록 등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한 지 10일이 되도록 수사본부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사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은 모두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형식적인 수사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불법 증축 CC조선 정조준
수사본부는 최근 세월호의 증축을 담당했던 전남 영남의 선박 수리업체 CC조선을 압수수색하며 증축 과정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 업체가 청해진해운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설명했다.
CC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달 18일 이후 두 번째다.
수사본부가 이처럼 CC조선을 정조준하는 것은 향후 수사의 초점을 불법 증축 의혹을 밝히는 데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세월호가 증축 과정에서 복원력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메일 분석을 통해 청해진해운의 증축 의뢰에 불법성이 있는지, 증축 때문에 세월호의 복원성이 상실될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 직접 증축 작업을 한 업체, 세월호의 증축 설계를 맡은 또 다른 업체, 설계변경 허가를 한 감독 당국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사고 최고 책임자 수사 불가피
청해진해운 최고 책임자인 김한식 대표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사본부는 이미 청해진해운 상무 김모(62)씨와 해무 이사 안모(60)씨 등 결재라인 4명을 과적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구속했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 수사 대상자는 사실상 김 대표만 남게 된 셈이다.
김 대표의 승인 없이 실무자만의 결정으로 적재 한도(987t)보다 3배 이상 많은 3천608t의 화물을 싣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그의 소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하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에서 김 대표의 신병을 처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가 상습적인 화물 과적으로 3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대표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일 설득력을 얻고있다.
이 밖에 원래 선장 신모(47)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씨는 세월호의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수사를 돕고 있지만, 상습적인 과적과 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점을 볼 때 사법처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 구명벌·고박 업체도 사법처리 대상
침몰 당시 구명벌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안전설비·점검에 대한 책임 규명도 수사본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세월호 안전점검 보고에서는 구명설비와 관련 ‘양호’라고 했으나, 구명벌 46개 가운데 침몰 당시 펼쳐진 것은 1개뿐이었다.
구명장비 검사를 담당했던 한 업체는 ‘양호’ 판정을 내렸고, 이를 한국선급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수사본부도 업체 직원을 잇달아 소환해 구명장비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추궁했고, 안전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고박(화물을 고정하는 작업)도 침몰의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고박업체 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관심이다.
수사본부는 화물을 직접 고박한 항운노조 노동자들을 상대로 컨테이너와 차량에 대한 고박 상태가 불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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