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김문오 연구관
“싱크홀을 ‘땅꺼짐 현상’으로 바꿔 말하면 더 쉽지 않을까요.”
김문오 국립국어원 연구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신종 외래어를 찾아내 우리말로 대체하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인 ‘말터’(www.malteo.net)를 통해 누리꾼으로부터 후보 단어를 추천받아 순화어를 정한다. 지난 10년간 선정된 순화어는 모두 360여개. 김 연구관은 “포털사이트에 걸린 뉴스 가운데 최근 3년간 2000번 이상 등장한 신종 외래어를 순화 대상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젠 귀에 익은 단어도 제법 있다. ‘댓글’(리플라이), ‘누리꾼’(네티즌), ‘누리집’(홈페이지), ‘복지상품권 제도’(바우처제), ‘참공약운동’(매니페스토 운동) 등이 성공작이다. 반응이 늘 좋은 건 아니다. 최근 한글날을 앞두고 ‘텀블러’(커피 등을 담는 타원형 잔)의 순화어로 ‘통컵’을 꼽자 일부 누리꾼은 ‘우리말 통과 외래어 컵을 붙인 것이 어색하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또 ‘똑똑전화’(스마트폰), ‘사랑건배’(러브샷), ‘통신머리띠’(헤드셋) 등을 순화어로 내놨을 때도 ‘억지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 연구관은 “컴퓨터 도입 초기 ‘전산기’로 부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패한 것처럼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도 “범람하는 외래어를 정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언어 공동체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남매를 둔 김 연구관은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축약형 은어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버카충’(버스카드충전) 등이다. 그는 “경부선, 구마고속도로도 다 축약어 아니냐”며 “중·고교 때는 비밀이 많고 또래 간 결속이 강해 은어를 많이 쓰는데 새로운 어휘를 만드는 실험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공식적 언어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바른말을 쓸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10-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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