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급식소 내달초 문 닫는다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급식소 내달초 문 닫는다

입력 2015-02-05 16:13
수정 2015-02-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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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운영해온 보리스님 건강 악화 때문

탑골공원 인근 법당에서 20년 간 운영돼오던 한 사설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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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급식소 내달초 문 닫는다
원각사 급식소 내달초 문 닫는다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식사하고 있다. 원각사 급식소는 20년간 운영해온 보리스님의 건강 악화 때문에 내달초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원각사 급식소 운영자 보리스님(69)은 5일 “건강이 악화해 다음달 2일까지만 급식소를 운영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루에 150명 내외, 주말에는 많으면 2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이곳을 찾는다. 법당 내 공간이 넓지 않은 탓에 한 번에 30여 명이 식사를 한다.

보리스님은 1993년부터 탑골공원에서 목탁을 쳐 받은 시주금으로 주 1회 노인들에게 빵·우유를 나눠주다 1995년 인근 건물 2층에 법당을 차려 급식소를 냈다.

그는 “처음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에게 원각사지 10층 석탑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점심 때도 자리를 떠나지 않더라”며 “내 이야기 솜씨 때문인 줄 알았는데 점심 먹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원각사 급식소는 운영 초기 1주일에 2번 국수를 배식했는데 이 횟수가 3번으로 늘었고 지금은 매일 밥과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보리스님은 “급식일을 계속 하고 싶고 노인분들께도 죄송스럽지만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몇 년간 급식소 정리를 고민하면서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하겠다는 사람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리스님은 지난달 19일 심장 질환 수술을 받고 현재 원각사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급식소에는 매달 운영비 1천만원, 임대료 300만원이 들어가며 이는 불공비와 시주로 충당한다.

하루에 15명 가량 급식소를 찾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차츰 뜸해져 지금은 절반 이하인 4∼7명으로 줄었다고 보리스님은 전했다.

그는 노인들을 걱정하면서도 “우리 급식소 바로 뒤편과 청량리, 종묘에 다른 급식소가 있고 조계사에서 하는 복지센터가 하루 2천명에게 급식을 한다”며 “곳곳의 구립 복지관도 점심을 주고 반찬 질도 좋아 크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님은 “원래 이달 말까지만 하려고 했지만 3·1절에 많은 노인들이 탑골공원을 찾을텐데 그들과 인사라도 나누고 싶어 문 닫는 날을 미뤘다”고 전했다.

”아쉬움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네요. 한여름에 오이 30박스를 사서 오이냉국을 해 드리면 참 좋아하셨던 노인분들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잘 잡수시고 건강을 돌보셔야 합니다.”

보리스님은 끼니 한끼 해결할 길이 없는 20년 단골(?) 노인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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