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 재판부 현장검증 나서는 이유는

‘크림빵 뺑소니’ 재판부 현장검증 나서는 이유는

입력 2015-05-07 16:57
수정 2015-05-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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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해자 과실 여부 살펴봐야”…피고인 방어권 염두에 둔 듯

지난 1월 청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 담당 재판부가 피해자의 과실 유무를 가리기 위해 현장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꼼꼼하고 철저하게 현장 검증을 했다면 재판부가 뒤늦게 직권으로 ‘재조사’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다.

담당 재판부인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문성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모(37)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오는 20일 오전 11시에 하기로 했다.

사고 경위는 물론, 피고인·피해자의 과실 여부와 그 정도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심을 끄는 건 경찰도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1월 31일 허씨와 함께 ‘현장검증’에 나섰다는 점이다.

당시 경찰은 “허씨가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현장검증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비공개로 현장조사만 했다고 발표했다.

그 뒤 경찰은 실황 조사서 등 현장조사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를 검찰에 보내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지만, 정작 공소장에는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야간’이었다는 점만 명시돼 있었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피해자의 과실 유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재검증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수사단계에서 교통사고 발생 등 당시 상황에 대해서만 조사돼 있지 주변 여건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재판부의 현장검증 역시 경찰이 한 ‘검증’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현장 검증을 벌이기로 한 것은 피고인 측에 방어권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문 판사는 지난 6일 법정에서 “피해자 측에 과실이 있는지, 과실 정도를 얼마만큼 평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피고인의) 형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여태껏 재판에서 허씨는 ‘과실범’이자 ‘도주범’이라는 점이 집중 부각돼왔다.

만취 상태에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고, 피해자를 고려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4차례의 재판에서도 혈중 알코올농도에 초점이 맞춰져 검찰과 변호인측이 공방을 벌였다.

이러다보니 숨진 피해자의 과실이 있었는지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허씨의 변호인 측도 피해자가 무단횡단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법정에서 이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유족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피고인이 잘못한 것은 명백하지만,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재판부가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취지에서 현장 검증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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