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빚은 업무상과실치사상’…4개월만에 수사 마무리 고용노동부도 협력업체 임원 1명 자체 구속
6명의 사상자를 낸 LG디스플레이(LGD) 질소 노출 사고에 대한 수사가 관련자 16명을 무더기로 입건함으로써 4개월만에 마무리됐다.경기 파주경찰서는 13일 질소 노출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LG디스플레이 팀장 A(42)씨와 대리 B(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LG디스플레이 점검·안전관리·공사 등 3개 부서 직원 11명, 협력업체 A사 소속 2명, 또 다른 협력업체 C사 소속 1명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협력업체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문모(34)·이모(32)·오모(31)씨 등 3명이 질소 가스에 노출돼 숨지게 하고, LGD 직원 김모(34)씨 등 3명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안전 담당 상무급 임원과 3개 부서장이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협력업체의 경우 A사는 파주사업장 최고책임자에게, C사에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경찰 조사결과 LG디스플레이는 물론 협력업체 2곳 모두 안전규정을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
사고 전 질소 밸브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산소측정기로 내부 공기 상태를 확인한 뒤 작업을 해야 함에도 측정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작업 전 안전장구 착용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돼 규정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한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 고양지청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A사 임원 김모(42)씨를 구속하고 C사 대표이사 여모(32)씨와 LG디스플레이 안전담당 임원 김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대해 2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 역할을 하는 ‘일과 건강’의 현재순(45) 기획국장은 “LG디스플레이 사고는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공정에서 벌어진 사고로 대표나 법인을 처벌해야 하는데 밑에 직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나 법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제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는 지난 1월 12일 낮 12시 50분께 P8 라인 9층 TM설비 챔버 안에서 유지보수 작업에 투입된 A사 직원 2명과 C사 직원 1명 등 3명이 질소 가스에 노출돼 숨졌다.
또 이들을 구하려다 LG디스플레이 직원 3명이 역시 질소 가스에 노출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난 TM설비의 챔버는 폭 4∼4.5m, 높이 0.9m 밀폐된 7각형 공간이다. 생산시설 가동 때 공기 중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질소를 채워두는 장비다.
경찰은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산업안전공단,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합동 수사를 해왔다.
파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2월께 윤곽이 나왔으나 처벌 수위를 놓고 유관기관과 사실 관계를 교차 확인하다 보니 수사 마무리에 다소 시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안전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보완해 차후에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