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론스타] ② ‘금융 하이에나’에 검찰 중수부는 무기력

[ISD 론스타] ② ‘금융 하이에나’에 검찰 중수부는 무기력

입력 2015-06-30 07:48
수정 2015-06-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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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체포·구속 영장 12번 기각…변양호 ‘법원 로비설’ 대두

애초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했던 론스타의 약속은 허언으로 끝났다. 외환은행 매각 제한 시한(2005년 10월)이 끝나기도 전부터 새 주인 물색에 나섰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부인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매각 주간사를 이미 선정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론스타가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외환은행의 단물만 빼먹고 떠난다는 ‘먹튀’ 논란이 들끓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약점을 노려 사냥했다는 의미에서 ‘금융 하이에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관료들의 개입 의혹과 외국계 자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겹치며 외환은행과 론스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5년 9월 경제관료 등 20여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외환은행의 경영상황을 왜곡해 론스타의 인수를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회 재경경제위원회 역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2006년 3월30일 론스타 수사를 본격 개시했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스타타워 30층에 있는 론스타 코리아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 등 핵심관계자 5명의 자택도 뒤졌다. 관련 내외국인에게는 출국금지·정지를 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100여 명을 투입, 강도 높은 수사를 지시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과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검찰 최정예 검사들을 뽑아 론스타와 일전을 벌였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관계자는 물론 김진표·이헌재·진념 전 재경부 장관,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등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그해 6월에는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감사자료가, 9월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주가조작 조사자료가 넘어왔다. 수사팀은 9개월에 걸친 기간에 서류 920여 상자와 자료 1만800GB를 분석하고 연인원 630여 명을 소환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았다.

◇ “외환은행 헐값 매각 아니다”…풀려난 변양호

수사는 쉽지 않았다. 의혹의 핵심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 코리아 지사장이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그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수많은 의혹은 ‘정황’으로만 남았다. 론스타 경영진에 책임도 묻지 못했다.

수사팀은 관료들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부풀린 것이 사실이며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3천400여억원∼8천200여억원을 덜 받고 매각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혐의를 적용해 당시 실무책임자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기소했다.

변 전 국장에 대한 재판은 당시 형사사건 사상 최다인 86회나 진행됐다. 검찰은 론스타가 변 국장의 경기고 동창을 동원해 로비한 점을 집중하여 공격했다. 또 그가 퇴임 후 운용한 보고펀드에 외환은행이 수백억원을 출자한 것이 대가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 전 국장은 외환은행의 부실을 왜곡한 적이 없으며 외환은행 매각 가격도 결코 헐값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 사건으로 수사받는 자신을 압박하려고 별건으로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재판 분위기는 치열했다. 고성이 오가는 일도 있었다. 결심공판에서 ‘재판을 한 두 차례 더 열어달라’는 검사의 요청을 재판부가 거부하자 격분한 검사가 구형도 하지 않고 무단 퇴정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11월 재판부는 외환은행은 헐값에 매각되지 않았으며 변 전 국장의 혐의도 무죄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 전 국장은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미국 사모펀드를 상대로 한 검찰의 완패였다. 검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다. 일각에서는 변 전 국장 측이 법원 내 최대 세력인 ‘경기고 인맥’을 이용해 담당 법관에게 로비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심지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이 예스코를 상대로 낸 320억원대 소송을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잇따른 론스타 영장기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이 소송을 맡은 지 두 달 만에 사임하면서 대부분 수임료를 반환해 금전적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고 수임 시기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 불거지기 1년 전이어서 외환은행 측과 특별히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수사검사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물론, 대부분 검사가 되레 영전했다. 수사 과정에 론스타와 연결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다. 국민의 법 감정을 의식해 기소는 하되 무죄 선고를 염두에 두고 부실 수사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 수사팀을 이끌었던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검사장급인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하고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 법원·검찰 영장 갈등에 수사 난맥

론스타 수사팀은 수사의 다른 갈래인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도 기소했다. 외환카드 합병비용을 낮추려 허위 감자설을 시장에 퍼뜨리고 이 때문에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는 게 공소 요지였다.

그러나 수사 개시 두 달 만인 2006년 5월 수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사팀은 재차 청구했지만 그해 11월까지 유 전 대표에 대한 영장 4건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법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법원은 이를 포함해 수사기간 중 검찰의 체포·구속 영장을 12번이나 기각했다. 이에 중수부는 “법원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법원이 “정당한 결정”이라 반박하며 검찰과 법원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불구속 기소된 유 전 대표는 30여 차례의 재판 끝에 2008년 2월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항소심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011년 3월 대법원은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유 전 대표는 결국 징역 3년을 살아야 했다. 당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주심 안대희 대법관이었다. 그는 2014년 국무총리 내정자가 됐으나 퇴직 후 과다 수임료 논란으로 자진하여 사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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