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로 맞고 밟혀… 전출 요구도 묵살”
해병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다른 부대로의 전출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채 동료 병사들로부터 폭언과 ‘기수열외’(후임병은 자신의 선임으로, 선임병은 후임으로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특정 병사를 ‘왕따’시키는 행위) 등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피해 병사의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입대해 5월 22일 경기도의 한 해병대 부대에 배치된 A(20)일병은 이틀 만에 선임병 3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철모로 머리를 얻어맞거나 넘어지면 발로 밟히는 등 구타를 겪은 A일병은 외부 민간 상담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가해 병사 3명은 타 부대로 전출됐지만 정작 전출을 원한 A일병은 부대에 남게 됐다. A일병은 지난달 28일 생활관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다. A일병 가족은 그가 부대에 남게 된 후 발생한 동료 병사들의 폭언과 괴롭힘 등 보복 행위를 자살까지 시도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해자들은 A일병이 자는 침상을 발로 차거나 샤워실에서 A일병을 세워 두고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A일병 가족의 진정을 지난 13일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해병대 관계자는 “가혹 행위 여부는 헌병대 등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사실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5-07-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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