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서 50대 남교사들 연쇄 성범죄…”수업중 차마 입에 못올릴 저급한 농담”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의 50대 남자 교사들이 다수의 여학생과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과 희롱을 일삼은 것을 두고 교육당국의 초기 무사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지난해 2월 이 학교 남자 교사의 동료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후 연속적으로 자행된 다른 교사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특별 감사에서 파악된 이 학교의 연쇄 성추행·희롱의 가해 남자 교사들은 현재까지 4명으로 모두 50대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가 더 드러날 수도 있다.
교육청은 지난 14일 이 학교 여교사의 제보로 한 여학생이 50대 교사 A씨로부터 특별활동 시간에 미술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해 곧바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A씨는 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 다수와 동료 여교사들에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교사는 교내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학내 성폭력 사건 처리와 대응을 맡은 교사가 지속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 학교의 다른 교사 B씨도 자신이 맡은 교과목 수업 시간에 수시로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B 교사는 반별로 일부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별명을 지어주며 자신이 연예인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수업 중에 늘어놓는 등 학생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성희롱을 일삼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B씨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저급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B 교사는 또 교무실과 복도 등지에서 동료 여교사들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도 수시로 저질렀다.
추행당한 교사 중에는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이 학교가 첫 임지인 20대 신참 여교사도 있었다. 교육청은 B씨에게 추행당한 여교사가 최소 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B씨는 A씨와 더불어 형사고발된 뒤 지난 22일 직위해제 조치됐다.
이 학교 50대 남자 교사들의 총체적인 성범죄 난맥상은 A·B교사의 만행을 참다못한 학생들과 여교사들이 지난 14일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발단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50대 남성인 D 교사는 작년 2월 회식 자리를 마치고 옮겨간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채 동료 여교사를 강제로 끌어안았다.
당시 여교사는 성추행을 시도하는 D씨의 무릎을 걷어차고 마이크로 머리 부분을 내리치는 등 반항을 했고 이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여교사는 교장에게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장은 ‘중재’를 한다는 이유로 징계 논의 등 사태 해결 노력을 소홀히 했다. D 교사는 사건이 일어난 뒤 1년이 넘은 올해 3월에서야 다른 학교로 전출 조치됐다. 현재 D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 버젓이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고 있다.
교육청도 D 교사에 대해 별다른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현재도 징계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C 교사는 지난 2월 다수 여학생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고발돼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수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 교사는 최소 6명의 여학생을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3개월간의 직위해제 기간이 지나고 나서 복직했지만, 교육청의 요구로 곧바로 병가를 내 현재 학교에는 출근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직위해제는 기소되지 않는 한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은 A·B 교사의 성추행과 성희롱이 신고된 직후 해당 학교에 감사팀을 급파해 고강도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일련의 학내 성범죄 처리과정에서 학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와 교육청의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부실 대응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을 보인다.
D 교사의 여교사 추행 사건 발생 초기에 학교장과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지 않은 것이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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