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를 위한 나라는 없었다

무명배우를 위한 나라는 없었다

조용철 기자
입력 2015-06-24 00:22
수정 2015-06-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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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판영진 숨진 채 발견… 평소 생활고에 우울증 앓아

생활고를 겪던 무명 배우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영화배우 판영진(58)씨가 전날 오후 11시 5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자신의 집 앞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져 있었다.

판씨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며, 승용차 배기관에서 실내로 호스가 연결돼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판씨가 평소 생활고를 비관하며 우울증을 앓았고, 지난 19일에도 지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메시지에는 “인생이 무상하다”, “내 명은 여기까지”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1978년 데뷔한 판씨는 2008년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에서 첫 주연도 맡았지만 특별한 작품 활동을 이어 가지 못했다.

판씨는 중고차 딜러를 했지만 지난 5월 ‘20년을 버티어 온 일산 이 집 이젠 내주고 어디로’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9일에는 연극배우 김운하(40)씨가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됐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던 김씨가 숨지기 직전 극단에서 받은 월급은 3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문화예술계는 이른바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 자체가 유명무실하다고 말한다. 2011년 궁핍한 생활 속에서 며칠을 굶다 홀로 세상을 떠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사건을 계기로 생계가 어려운 문화예술인에 대한 긴급 생활자금과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심사 과정이 길고 선정 기준도 까다로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술인 복지제도의 수혜 대상이 되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 활동 증명을 해야 한다.

영화와 연극, 음악 등 부문별로 최근 3년 동안 3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한 실적이 있어야 하지만 횟수를 채우기 어렵고 활동 증명 절차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심사 과정에만 3개월 이상 걸려 긴급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올해는 6월이 되도록 예산 배정조차 되지 않아 지원 신청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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