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원인 중 무리한 증축 지적… 의미있는 법원 판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무리한 증축과 구조변경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선박이 무리한 구조 변경 탓에 침몰한 경우 보험사가 선박 운항사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오영준)는 동부화재가 석정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동부화재에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석정건설은 1984년 일본에서 건조된 노후 선박을 2007년 수입해 ‘석정 36호’(2600t급)라는 작업선으로 운영했다. 이 배는 2012년 12월 울산신항 북방파제 축조공사(3공구) 현장에서 작업 도중 한쪽으로 기울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23명 중 12명이 선체에 갇히거나 바다에 빠져 숨졌다.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김모(48)씨는 기상 악화에도 제때 작업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김씨는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업무상 과실치사상,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된 김씨는 상고를 포기했다.
당시 석정 36호의 사고 원인은 무리한 구조 변경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문가 안전 진단 없이 임의로 작업 설비를 증축했고, 그 결과 무게가 500t 이상 늘었다. 이와 관련해 선박안전기술공단 부산지부는 “증설된 설비의 무게와 위치를 감안하면 현저히 무게 중심이 상승해 선박의 복원력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서를 냈다.
동부화재는 석정건설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험 약관에 규정된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 이 사건 침몰 사고의 지배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대적인 구조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피보험자 측이 선박의 구조상 하자나 사고 발생 가능성에 관해 상당히 주의를 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약관상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메리츠화재와 한국해운조합을 통해 총 113억원 규모의 선박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5-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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