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무규칙 제정… 관보에 공식 게재
검찰 수사사건 ‘공소권 유보부 이첩’ 고수
檢 “근거 없다” 입장 여전… 충돌 불보듯
실무협의는 한 번뿐… ‘일방 제정’ 비판도

공수처는 3일 공수처법의 해석·적용과 관련해 검경과의 실무협의와 자문위원회를 거쳐 사건사무규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수처법 해석을 둘러싸고 공수처와 대검의 입장이 달라 쟁점이 됐던 부분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과 ‘사건 이첩 요청 기준’ 등 크게 2가지다.
규칙 25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 수사 대상인 사건을 수사한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다수의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할 여건이 안 된다”며 검찰로 이첩하면서 ‘수사 후 송치하라’는 공문을 보내 검찰의 반발을 샀다. 공수처는 이후 ‘공소권 유보부 이첩’ 주장이 담긴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을 대검에 공식 회람했고, 대검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반대했다. 실제 수원지검은 공수처의 재이첩 요구를 거부하고 김 전 차관 사건의 피의자를 전격 기소했다. 검찰은 여전히 공수처가 내부 규칙을 제정하는 것만으로 이첩한 사건에 대한 기소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두 기관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권에 대한 대검 측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검은 앞서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또는 발부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이첩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사건 이첩 요청시 고려 요소를 사건 처리의 공정성, 사건의 중대성, 공소시효 등으로 구체화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법적 근거가 명확해 기준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이날 공개한 사건사무규칙을 두고 관계기관과 제대로 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월 단 한 차례 검·경과 공수처법 관련 관계기관 실무협의를 가졌다. 김 처장은 당시 회의에 대해 “(사건 이첩기준 등 관련해) 논의가 있었으나 정리된 건 없다”고 했으나 추가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사무 규칙만 보면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21-05-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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