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죽 구두/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죽 구두/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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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입학하기 전 어느 날 아버지가 양화점으로 나오라고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교복과 함께 신는 까만 구두를 맞춰 주신다는 것이다. 대부분 비닐로 된 기성화를 사 신던 시절이니 가죽 구두를 맞추는 것은 다소 호사스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뺑뺑이’가 아니라 시험을 치고 당당히 여고에 입학한 큰딸이 대견스러웠던 것 같다.

그 구두는 내가 커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일한 선물이지 싶다. 여러 일로 밖으로만 나도셨던 아버지다. 그래서 자식들과 오손도손 정(情)을 나누지 못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 구두가 아버지가 남긴 사랑의 징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구두를 여고시절 3년 내내 신었다. 험하게 신고 다녔어도 해지지 않았다.

구두에는 막내 오빠의 사랑도 담겨 있다. 당시 대학생이던 오빠는 방학을 맞아 고향에 오면 늘 지저분한 내 구두를 빤짝빤짝 닦아 줬다. 그래서 오래 신을 수 있었다. 지나고 나니 어느 것 하나에도 가족들의 사랑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지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5-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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