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얼굴/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얼굴/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2-09 22:38
수정 2017-02-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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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밥이나 먹자는 뜻에서 식구들 밥 푸는 어떤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다. 즉각 돌아온 답신인즉 “어머니 생각 키우는 그런 사진 보내지 마오”. 아뿔싸! 친구 자당께서 지난해 돌아가셨지. 내가 내 어머니와 작별한 건 41년 전 어느 봄날. 그 후 꿈속에서나마 뵐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했건만 내 맘대로 될 일이 아니었기에…. 멀찍이 떨어져서 희미한 뒷모습만 서너 차례 봤을 뿐이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엄마가/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아니 아니 아니 아니/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단 5분/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눈맞춤을 하고/젖가슴을 만지고/그리고 한 번만이라도/엄마!/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숨겨놓은 세상사 중/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엉엉 울겠다.’( 정채봉 ‘어머니의 휴가’)

그런 심정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니는 기적처럼 꿈속에서 얼굴을 내줬다. 오매불망하던 모습. “왜 이리 늙었어?” 주름 깊은 얼굴을 만지며 한 말이라곤 그게 전부. 하도 생생하고 얼떨떨해서 그만 깨고 말았으니. 나도 내 어머니한테 일러바칠 그 일이 있는데….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7-0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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