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중재안 이송하자마자 靑 반박… 강제성 여부 정리 안 됐다 판단한 듯
여야가 15일 수정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넘긴 가운데 청와대가 즉각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청 관계 또는 여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이 15일 오후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이송서류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정도로 청와대 입장이 달라지거나 위헌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정된 개정안에 대해 “의무 조항이며 당연히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강제성 논란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한 점도 청와대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강제성이 ‘있다’, ‘없다’의 부분인데 국회에서 확실한 입장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야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 합의에 실패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국무회의가 예정된 16일, 23일, 30일 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박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이 개정안 부활과 폐기라는 갈림길에서 ‘칼자루’를 쥔 형국이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당·청 관계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계 당 지도부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재의결이 갖는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재의결 자체를 늦추거나 아예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월 거부권을 행사했던 ‘택시법’의 경우 비판 여론을 의식한 여야가 표결 자체를 포기해 지금도 ‘국회 본회의 부의 예정 안건’으로 남아 있다. 여당이 개정안 폐기 수순으로 갈 경우 여야의 신뢰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의 선택에 따라 당·청 관계가 얼어붙을 수도, 반대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5-06-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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